1.우연한 발견: 초콜릿이 녹아버린 이유
1945년 어느 날, 미국의 레이시언스(Raytheon) 회사에서 일하던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 는 레이더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마그네트론(magnetron) 이라는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진공관을 연구하며, 레이더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실험실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주머니에 넣어둔 초콜릿 바가 갑자기 녹아내린 것 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마그네트론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가 초콜릿을 녹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스펜서는 옥수수와 생달걀을 가져와 마그네트론 근처에 놓았다. 옥수수는 팝콘이 되었고, 생달걀은 내부에서부터 빠르게 익어 폭발했다. 그는 이 현상이 단순한 열이 아니라, 특정한 형태의 고주파 전자기파(마이크로파) 가 음식 내부의 수분 분자를 진동시키면서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최초의 전자레인지: 크고 비싼 혁신
이 발견을 바탕으로 스펜서는 마그네트론을 활용한 조리 기구 개발을 시작했다. 그 결과, 세계 최초의 전자레인지 ‘레이더레인지(Radarange)’ 가 탄생했다. 그러나 초창기 모델은 일반 가전제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크기: 높이 약 1.7m, 무게 340kg
가격: 5,000달러 이상(현재 가치로 수만 달러)
냉각 방식: 내부에 물 냉각 시스템이 필요
이러한 이유로 초창기 전자레인지는 군대, 병원, 대형 레스토랑 같은 특정한 장소에서만 사용 되었다. 하지만 스펜서와 그의 동료들은 이 기술이 가정에서도 유용할 것 이라고 확신했다.
3.전자레인지의 대중화와 새로운 가능성
1955년, 레이시언스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최초의 전자레인지 모델 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여전히 크고 비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제조 비용이 줄어들면서 점점 더 소형화되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전자레인지는 가정용 주방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전자레인지는 단순히 음식을 데우는 기능을 넘어, 에어프라이 기능, 스팀 기능, 스마트 센서 기술 등을 갖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전자레인지의 발명은 퍼시 스펜서가 우연히 녹아버린 초콜릿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기 때문 에 가능했다. 과학에서 우연한 발견이 얼마나 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