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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키가 작지 않았다? – 오해를 불러일으킨 프랑스와 영국의 단위 차이

by Yoonraccoon 2025. 3. 5.

역사 속 인물 중 가장 많이 오해받은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다. 그는 유능한 군사 전략가이자 정치가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키 작은 장군"으로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나폴레옹 콤플렉스"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며, 키가 작은 사람이 권력을 갈망한다는 심리적 개념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정말 나폴레옹의 키는 작았을까? 놀랍게도, 그의 실제 키는 당시 평균보다 작지 않았으며, 오히려 단위 차이와 역사적 왜곡이 그의 키를 낮게 만들었다. 이번 글에서는 나폴레옹이 키가 작다는 오해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의 실제 키는 어느 정도였는지, 그리고 이 오해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확대되었는지 알아보자.

 

1.나폴레옹의 실제 키는 어느 정도였을까?


나폴레옹의 키가 작다는 이미지는 그의 사망 당시 기록된 키에서 비롯되었다. 그가 사망했을 때 남긴 공식 기록에는 그의 키가 "5피트 2인치"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① 프랑스 단위 vs. 영국 단위
문제는 프랑스식 피트(프랑스 단위)와 영국식 피트(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단위)가 달랐다는 점이다.

당시 프랑스에서 사용하던 "피에 드 루아(pied de roi)"라는 단위는 현재 우리가 쓰는 "피트(feet)"와 길이가 달랐다.
1 프랑스 피트 = 약 32.48cm였고, 1 영국 피트 = 약 30.48cm였다.
따라서, 기록된 5피트 2인치를 프랑스 단위에서 영국 단위로 변환하면 약 169~170cm가 된다.

 

② 당시 유럽 남성 평균 키와 비교
18~19세기 프랑스 남성의 평균 키는 165cm 내외였다.

영국 남성의 평균 키도 167~170cm로 크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키 169~170cm는 당시 평균보다 크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즉, 나폴레옹은 키가 작은 편이 아니라 오히려 당시 기준으로 평균 이상의 키를 가졌던 셈이다.

 

2.왜 나폴레옹은 키가 작다는 이미지가 생겼을까?


그렇다면, 왜 나폴레옹은 "작은 장군"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까?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① 영국의 심리전: "나폴레옹은 작은 남자"라는 조롱
나폴레옹이 유럽을 정복해 나가던 시기, 그의 가장 큰 적국이었던 영국은 그를 약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도록 선전전을 벌였다.

영국의 풍자화가들은 나폴레옹을 유난히 키가 작은 난쟁이처럼 묘사하며 그를 조롱했다.
특히, 영국의 유명한 풍자화가 제임스 길레이(James Gillray)와 조지 크루크생크(George Cruikshank)는 나폴레옹을 과장되게 작게 그린 만화를 여러 차례 제작했다.
이러한 그림들이 널리 퍼지면서, 나폴레옹은 점점 키가 작은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② 나폴레옹의 근위대와의 착시 효과
나폴레옹은 자신의 경호를 담당하는 근위대(Imperial Guard)를 키가 큰 병사들로만 구성했다.

그의 근위대원들은 대부분 키가 180cm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나폴레옹이 그들 사이에 서 있으면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고, 이는 "키가 작은 장군"이라는 인식을 강화했다.


③ 나폴레옹의 별명 "꼬르시카의 작은 대포"
나폴레옹은 프랑스 본토 출신이 아니라, 당시 프랑스령이었던 꼬르시카(Corsica) 섬 출신이었다.
그는 프랑스 본토 귀족들에게 경멸적인 시선을 받았으며, 그의 출신을 강조하기 위해 "꼬르시카의 작은 대포(Petit Caporal)"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별명에서 나온 "Petit(작은)"이라는 단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신체적 특징과 연결되었고, 점점 키가 작다는 오해로 발전하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키가 작지 않았다? – 오해를 불러일으킨 프랑스와 영국의 단위 차이
나폴레옹은 키가 작지 않았다? – 오해를 불러일으킨 프랑스와 영국의 단위 차이

 


3.나폴레옹 콤플렉스는 사실일까?


"나폴레옹 콤플렉스(Napoleon Complex)"라는 용어는 키가 작은 사람들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과도하게 권력을 추구하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한다는 심리적 개념이다.

그러나, 이 개념이 나폴레옹에게 정확하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① 연구 결과: 작은 키와 공격성은 관계가 없다
현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키가 작은 사람들이 공격적이거나 권력 지향적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히려 키가 작은 사람들이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② 나폴레옹은 실제로 과하게 공격적이었을까?
나폴레옹이 전쟁을 통해 유럽을 정복하려 했던 것은 단순한 권력 욕구 때문이 아니라 프랑스 혁명 이후의 정치적 상황과 유럽 내 힘의 균형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는 정치적, 군사적 천재였으며, 그의 정복 야망이 단순히 "키 작은 사람의 보상 심리"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다소 단순한 해석일 수 있다.
결국 "나폴레옹 콤플렉스"라는 개념 자체가 영국이 만든 그의 키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결론


나폴레옹은 키가 작은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오해와 영국의 선전, 그리고 시각적 착시 효과 등으로 인해 키 작은 장군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실제로 그는 당시 기준으로 평균 이상(169~170cm)의 키를 가지고 있었다.
영국의 풍자화와 선전이 그의 키를 낮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근위대와의 착시 효과와 "작은 대포(Petit Caporal)"라는 별명이 오해를 더욱 강화했다.
이제 우리는 나폴레옹을 "작은 장군"이 아니라, 유럽 역사를 뒤흔든 거대한 인물로 다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