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양에서 묘사된 모습의 차이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은 서양과 동양 모두에서 위대한 정복자로 기억되지만,
그가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대한 묘사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전해진다.
우리는 흔히 젊고 잘생긴 전사,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로 그를 떠올리지만,
당시의 역사적 기록과 후대의 묘사를 살펴보면 그의 모습이 문화와 관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알렉산더 대왕의 이미지는 실제와 얼마나 일치할까?
그의 외모와 성격, 그리고 역사 속에서 형성된 다양한 이미지들을 살펴보자.
1.고대 그리스와 서양에서 묘사된 알렉산더 대왕
① 젊고 이상적인 군주의 이미지
알렉산더 대왕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조각과 그림에서 ‘이상적인 왕’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의 외모는 젊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묘사되며,
짧은 곱슬머리와 날렵한 얼굴선, 균형 잡힌 체격이 강조되었다.
플루타르코스(Plutarch)와 같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들은
그가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었으며, 뛰어난 용모를 지녔다고 기록했다.
또한, 그는 신적인 아우라를 가진 군주로 표현되었으며,
종종 그리스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헤라클레스의 후손)와 비교되었다.
② 동전에 새겨진 알렉산더 대왕
고대 그리스 및 헬레니즘 시대의 주화(동전)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얼굴이 새겨졌다.
그러나 이 초상화들은 그가 실제로 생전에 남긴 초상이라기보다,
후대 군주들이 그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만든 것일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특징은 큰 눈, 강인한 턱선, 약간 올라간 머리카락 등으로,
이는 당시 이상적인 영웅적인 군주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
③ 로마 시대의 이상화
알렉산더 대왕은 로마 시대에도 여전히 영웅적인 이미지로 남았다.
로마의 많은 황제들이 알렉산더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으며,
그의 모습과 유사한 동상과 초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묘사는 점점 더 신화적인 요소가 가미되었으며,
그를 마치 반신(半神)의 존재처럼 이상화했다.
이처럼, 서양에서 묘사된 알렉산더 대왕의 모습은
이상적이고 신화적인 영웅 이미지가 강조된 경우가 많았다.
2.동양에서 바라본 알렉산더 대왕
① 페르시아 제국에서 본 알렉산더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를 정복하면서 ‘왕 중의 왕’을 자처했지만,
페르시아인들은 그를 다르게 바라봤다.
그들은 그를 ‘이방인 정복자’이자 ‘파괴자’로 인식했으며,
한편으로는 페르시아 황제로서의 면모도 함께 담았다.
특히, 알렉산더는 페르시아식 복장을 입고, 페르시아의 전통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그리스인들에게 비판받았다.
페르시아의 문헌과 예술에서는
그를 단순한 침략자가 아니라 페르시아 황제의 계승자로 그린 경우도 있다.
② 이슬람권에서의 묘사: 이스칸다르(İskender)
이슬람 세계에서는 알렉산더 대왕을 ‘이스칸다르(İskender)’ 혹은 ‘둘카르나인(Dhul-Qarnayn, 양쪽 뿔을 가진 자)’로 기록했다.
《코란》에는 둘카르나인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일부 학자들은 이 인물이 알렉산더 대왕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본다.
이슬람 문헌에서 그는 정복자이자 지혜로운 군주로 묘사되며,
단순한 전사보다는 철학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가 강조되었다.
중세 이슬람 문학에서는 알렉산더 대왕이 선지자와 같은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으며,
‘지혜를 구하는 여행을 떠난 왕’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③ 인도와 중앙아시아에서의 모습
알렉산더 대왕은 인도를 정복했지만, 그곳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도와 중앙아시아에서는 그의 전설이 계속 남아 있었다.
일부 인도 전설에서는 알렉산더가 신의 아들처럼 묘사되며,
그를 반신적인 존재로 신격화하기도 했다.
한편, 중앙아시아에서는 그를 영웅적이지만 동시에 파괴적인 인물로 묘사하며,
그의 정복이 양날의 검 같은 존재였음을 나타냈다.
이처럼, 동양에서의 알렉산더 대왕은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받은 다층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3.현대에 재구성된 알렉산더 대왕의 모습
① 영화와 미디어 속 알렉산더
오늘날 우리는 영화, 게임, 소설 등을 통해 알렉산더 대왕을 접한다.
그러나 현대의 묘사 역시 역사적 사실보다는 문화적 해석이 가미되었다.
2004년 영화 《알렉산더(Alexander)》에서
콜린 파렐(Colin Farrell)이 알렉산더 대왕을 연기했는데,
그는 금발의 잘생긴 젊은 전사로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 알렉산더 대왕은 금발보다는 갈색 머리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크며,
키가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② 과학적 복원 시도
최근 몇 년 동안 고고학과 과학 기술을 이용해 알렉산더 대왕의 실제 얼굴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일부 연구자들은 당시의 동상, 동전, 기록을 종합해
보다 현실적인 알렉산더 대왕의 얼굴을 재구성하려 했다.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강인한 얼굴과,
아마도 페르시아와 그리스 문화가 섞인 복장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처럼, 알렉산더 대왕의 모습은 역사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다.
결론
우리는 알렉산더 대왕을 서양의 영웅적인 정복자로 기억하지만,
동양에서는 철학적인 군주, 파괴자, 신적인 존재 등 다양한 이미지로 그를 묘사했다.
그의 모습은 역사적 사실보다는 각 시대와 문화가 원하는 이상적 군주상에 따라 변화했으며,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알렉산더 대왕의 이미지는
수많은 역사적 해석과 문화적 필터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진짜 알렉산더 대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마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