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길을 찾을 때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켜고, 나침반을 이용하거나, 도로 표지판을 확인한다. 하지만 새, 거북이, 개 같은 동물들은 이런 도구 없이도 자연스럽게 방향을 찾아간다. 이들의 비밀은 바로 ‘자기장 감지(magnetoreception)’ 능력에 있다. 흥미롭게도 인간도 과거에는 이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도 지구 자기장을 느끼고 방향을 감지할 수 있을까?
1.새, 거북이, 개는 어떻게 자기장을 감지할까?
지구는 거대한 자석과 같다. 북극과 남극을 중심으로 자기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일부 동물들은 이를 활용해 방향을 찾는다. 대표적인 자기장 감지 동물에는 철새, 바다거북, 개 등이 있다.
(1) 철새와 바다거북의 내비게이션 시스템
철새들은 매년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면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망막에 있는 특수 단백질(크립토크롬, Cryptochrome)을 이용해 자기장을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바다거북도 태어나서 바다로 나간 후 수년 뒤 자신이 태어난 해변으로 정확히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지구 자기장을 기억하고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개의 방향 감각과 자기장
2013년 체코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개가 배변할 때 지구 자기장의 북-남 방향으로 정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개들이 돌아가는 길을 찾을 때 자기장을 감지하는 행동을 보인다는 결과도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동물들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며 이동하는 능력을 타고났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도 이러한 감각이 있을까?
2.인간에게 남아 있는 미약한 자기 감각과 연구 사례
과거에는 인간이 자기장을 감지할 수 없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몇 가지 연구에서 우리도 미세하게나마 자기장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1) 인간의 뇌는 자기장에 반응할까?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 연구진은 인간이 자기장에 반응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외부 자기장이 회전하는 특수 방에서 EEG(뇌파) 검사를 받았다.
일부 참가자의 뇌에서 자기장 변화에 따라 특정 뇌파(알파파)가 감소하는 반응이 나타났다.
이는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자기장에 반응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2) 인간이 방향 감각을 유지하는 비밀?
일부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방향을 잘 찾는다. "나는 원래 길치야"라고 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뇌의 해마(hippocampus)와도 관련이 있지만, 미약한 자기 감각이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선사 시대의 인간이 자연에서 길을 찾고 이동했던 방식을 고려하면, 과거에는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더 강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GPS, 지도, 도로 표지판에 의존하면서 이러한 감각이 퇴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을 이용해 이 감각을 복원할 수 있을까?
3.자기장 감각을 복원하려는 기술적 시도
인간의 퇴화된 감각을 되살리려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생체공학과 신경과학 기술을 통해 자기장 감지를 인공적으로 강화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1) 마그네토센스(Magnetosense) 연구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이 자기장을 더 잘 감지하도록 훈련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수한 전자기 헬멧을 쓰고 훈련하면 뇌가 자기장 변화에 적응할 가능성이 있다.
(2) 자기장을 감지하는 인공 장치
‘북극 방향을 느낄 수 있는 벨트’ 연구: 독일의 한 연구팀은 진동 센서가 내장된 벨트를 착용하면 사람이 방향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실험을 진행했다.
‘생체 자기 센서 이식’: 일부 생체 해커(biohacker)들은 자기장을 감지하는 자석을 손가락에 이식해 미세한 자기장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실험하고 있다.
(3) 자기장을 활용한 신경 인터페이스 연구
미래에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활용해 자기장을 직접 뇌로 전달하는 실험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인간이 자기장을 더 명확하게 인식하고 활용할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맺음말: 인간은 나침반처럼 방향을 느낄 수 있을까?
현재까지 연구된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인간은 동물들처럼 강력한 자기 감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미세한 수준에서 자기장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이러한 감각이 더 강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는 생체공학 기술을 이용해 인간이 자기장을 직접 감지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우리가 스마트폰 없이도 방향을 감지하고, 동물들처럼 자연스럽게 길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이제 우리가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나침반 같은 인간’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