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그중에서도 동물의 피를 식재료로 활용하는 전통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피는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한 식재료로, 과거에는 귀중한 영양 공급원이었다. 현대에는 다소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화권에서 피를 활용한 요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스칸디나비아의 블러드 팬케이크, 필리핀의 디누구안(돼지 피 스튜), 그리고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소 피 요리를 통해 혈액 요리의 세계를 살펴보자.
1. 스칸디나비아의 블러드 팬케이크: 피로 만든 전통 디저트
● 블러드 팬케이크란?
블러드 팬케이크(Blood Pancake)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지는 팬케이크로, 밀가루 반죽에 돼지나 순록의 피를 섞어 만든다. 북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피를 활용한 요리가 많았는데, 이는 혹독한 겨울을 대비해 영양가 있는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 블러드 팬케이크의 특징
진한 붉은색을 띠며, 조리 후에는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달콤한 잼(일반적으로 링곤베리 잼)과 함께 제공되어 피 특유의 맛을 중화시킨다.
철분이 풍부해 빈혈 예방 효과가 있다.
● 현대 사회에서의 위치
오늘날에도 스웨덴과 핀란드의 일부 가정에서는 여전히 블러드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현대화된 식문화에서는 피를 사용하는 요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사람들에게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2.필리핀의 디누구안: 독특한 돼지 피 스튜
● 디누구안이란?
필리핀에서 인기 있는 디누구안(Dinuguan)은 돼지 피를 활용한 걸쭉한 스튜다. 현지에서는 ‘초콜릿 스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돼지 피가 주재료다. 디누구안이라는 단어는 ‘피’를 의미하는 타갈로그어 ‘Dugo’에서 유래했다.
● 디누구안의 조리법
돼지 피를 신선한 상태로 준비한 후, 응고되지 않도록 식초를 첨가한다.
돼지고기 부속(간, 위, 귀, 내장 등)을 잘게 썰어 마늘, 양파, 고추와 함께 볶는다.
돼지 피를 천천히 부으면서 조려 걸쭉한 농도를 만든다.
● 필리핀에서의 인기와 문화적 의미
필리핀에서는 잔치나 축제에서 디누구안이 자주 등장하며, 쌀떡(푸토)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때 스페인 식민지 시절 스페인 귀족들이 먹지 않는 돼지 부속을 이용해 만들어진 요리라는 설이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익숙한 가정식 요리다.
3.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소 피 요리: 생명과 전통의 상징
● 마사이족과 피를 마시는 문화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의 마사이족은 전통적으로 소의 피를 식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아 왔다. 마사이족에게 소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부와 신분을 나타내는 중요한 자산이며, 피를 마시는 것은 생명의 힘을 얻는 행위로 여겨진다.
● 피를 채취하는 방법
마사이족은 소를 죽이지 않고 경동맥에서 소량의 피를 채취한 후 상처를 지혈하여 소가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채취한 피는 우유와 섞어 마시거나, 요리해서 먹는다.
이는 철분과 단백질이 풍부하여 영양 보충 효과가 뛰어나다.
● 현대 마사이족과 혈액 음식
오늘날 마사이족 중 일부는 서구식 식단을 접하면서 전통적인 피 섭취 문화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한 행사나 의식에서 피를 활용하는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4. 혈액 요리를 둘러싼 논란과 현대적 해석
혈액을 활용한 요리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윤리적·위생적 이유로 논란이 많다.
● 위생과 안전 문제
피는 미생물이 번식하기 쉬운 재료이므로 신선도 관리가 중요하다.
혈액을 다룰 때 부적절한 보관이나 조리가 이루어지면 식중독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 채식주의·비건 문화와의 충돌
최근 채식주의와 비건 문화가 확산되면서 동물의 피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동물을 죽이지 않고 피를 채취하는 마사이족의 방식은 흥미로운 논의 대상이 된다.
● 현대적인 재해석
일부 셰프들은 피를 활용한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고급 요리로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블랙 푸딩(부댕 누아르)이나 스페인의 모리시야 소시지처럼 서양 요리에서도 피를 활용한 소시지가 여전히 인기가 많다.
맺음말: 혈액 요리는 혐오 음식일까, 전통 음식일까?
피를 활용한 요리는 오래전부터 영양 보충과 식량 절약의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위생 문제, 윤리적 논란,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블러드 팬케이크는 철분이 풍부한 영양식으로 발전했으며,
필리핀 디누구안은 독특한 풍미로 현지인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음식이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소 피 요리는 문화적 의미가 깊은 전통으로 남아 있다.
현대 사회에서 혈액 요리는 전통과 혐오 음식이라는 경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우리는 과거의 식문화를 이해하면서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분은 이런 혈액 요리를 먹어볼 수 있겠는가? 🍽️💉